착한소비 by 단아졍

[경제]당신은 ‘착한 소비’를 하고 계십니까

2008 03/04   뉴스메이커 764호

노동착취 없이 생산한 ‘공정무역’ 제품 구매…
“우리가 사는 세상을 윤리적으로 만드는 길”


지난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인터넷에선 ‘착한 초콜릿’이 주목을 받았다. 초콜릿 1년 소비량 중 30% 이상이 팔린다는 이날을 겨냥해 진행한 ‘착한 초콜릿, 사랑스러운 초콜릿을 사자’는 캠페인은 우리가 즐기는 달콤한 초콜릿의 탄생에는 적절한 보상과 의료지원, 음식과 학교 교육 등을 받지 못한 채 노동을 강요당하고 있는 아이들의 슬픈 눈물이 존재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 캠페인은 국제 기독교구호단체인 기아대책과 공정무역 주식회사인 페어트레이드코리아, 공정무역가게 울림, 생협 매장인 자연드림 등에서 진행했는데, 착한 소비에 대한 환기 등 소기의 목적을 이루었다는 평가다.

국내선 온라인·생활협동조합서 유통
정문섭 기아대책 BM 사업본부장은 “최근 몇 년 동안 서부 아프리카 지역에서 9~12세 아동 수천 명이 인신매매되어 카카오 농장에서 노동 착취에 시달리고 있다는 유엔 보고서가 있듯이, 소비 이벤트적인 밸런타인데이가 아닌 좀 더 뜻 깊은 날로 보내려는 캠페인이었다”며 “노동착취가 아닌 정당한 노동으로 생산된 카카오를 합법적으로 생산 유통해 만든 초콜릿을 사 먹는 것만으로도 아프리카 아동을 돕는 일”이라고 그 의의를 밝혔다.
기아대책 제공

제3세계 국가의 노동자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공정무역이 전 세계적으로 화두가 되면서 국내에서도 공정무역에 의한 ‘착한 소비’ 바람이 솔솔 불고 있다. 대안무역이라고도 불리는 공정무역은 1950∼60년대 유럽에서 태동한 소비자 운동으로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직거래, 공정한 가격, 건강한 노동, 친환경 유지, 생산자들의 경제적인 독립 등을 전제로 한 무역을 말한다. 한마디로 가난한 제3세계 생산자들이 만든 환경친화적 제품을 제값에 사는 윤리적 녹색소비자 운동.

현재 공정무역을 통해 국내에 들여온 ‘착한 상품’들은 주로 온라인이나 생활협동조합 등을 통해 유통되고 있으며, 구호단체를 통해서도 접할 수 있다. 2003년부터 동남아 수공예품으로 공정무역을 시작한 아름다운가게는 2006년부터는 ‘히말라야의 선물’이란 커피를 팔고 있는데, 네팔의 오지 마을에서 재배한 커피 생두를 공정한 가격에 들여와 국내 로스팅 전문가가 직접 볶았다. 역시 네팔에서 공정무역의 일환으로 들여온 커피를 판매하고 있는 YMCA도 매출액이 지난해 2억여 원으로 뛰었다.

공정무역 전문업체 페어트레이드코리아는 네팔에서 생산한 옷과 머플러 등 의류와 도자기, 식기류, 생활용품, 팔레스타인산 올리브유 등 120여 종의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한국생협연대와 한국여성민우회생협 등이 공동 출자한 유기농식품 매장 자연드림도 콜롬비아 카카오빈과 천연 원료로 만든 수제 초콜릿, 판초콜릿을 팔고 있다. 이 역시 콜롬비아에서 아동노동 착취 없이 생산한 카카오를 들여와 국내에서 만든 것. 한국공정무역연합에서는 파키스탄에서 생산된 축구공과 스위스의 공정무역업체 클라로가 생산하는 초콜릿을 판매하고 있다.

기아대책의 공정무역은 특정 그룹을 겨냥했다. 에티오피아의 북쪽, 한국전쟁 당시 참전용사와 그 가족의 거주지인 코리안빌리지라는 빈민촌에 OEM 형태로 커피 회사를 설립해 이곳에서 생산된 제품을 국내에 들여와 판매하고 있는 것. 물론 원두의 생산지 또한 에티오피아다.

제3세계뿐 아니라 북한에 대한 공정무역도 이뤄지고 있는데, 기아대책은 2004년부터 북한 라진지역 농장에 구호사업의 일환으로 유기질 비료와 콩 종자를 지원하고 있다. 지원을 통해 생산된 콩은 라진지역 주민들의 경제적 자립사업을 위해 ‘다리골(북한말로 징검다리) 된장’이라는 시골 재래 된장으로 만들어져 국내에 판매하고 있다. 현재까지 8차례 약 100여 정도 반입되었다. 기아대책의 정 본부장은 “된장 판매금의 일부는 된장 생산 작업장과 아동을 대상으로 한 빵급식 사업, 농장 개발 프로젝트 등 현지의 구호사업비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 공정무역 라벨링기구(FLO)와 세계무역기구(WTO) 통계에 따르면 200여 개 단체가 15개국에 대해 진행하고 있는 공정무역은 전 세계 거래 규모의 약 0.01%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스위스의 경우 국내 소비 중 바나나 47%, 꽃 28%, 설탕 9%, 영국의 경우 커피 20%, 차(Tea) 5%, 바나나 5.5%가 공정무역으로 들여온 상품이 차지하는 등 일부 선진국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착한 소비’는 세상과 기업을 바꾸고 있다. 단순히 가격이나 품질을 비교하는 것을 넘어 생산 과정의 윤리까지 챙기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기업 행태도 바뀌고 있는 것. 이미 2000년 스타벅스가 윤리적 소비자들의 압박에 못 이겨 에티오피아 등에서 커피 원두를 시장가격보다 2배가량 높은 가격에 구입하고 있으며, 나이키는 2005년 제3세계 국가의 아동들을 착취해 운동화를 만들어왔다는 사실을 고백하며 개선할 것을 약속했다.

전 세계 공정무역 비중 0.01% 불과
그러나 국내의 ‘착한 소비’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0월 아름다운가게가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안무역 설문조사에서 “대안무역 상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있다”고 대답한 사람이 69.6%나 됐지만 정작 “대안무역에 대해 알고 있다”는 응답은 3%에 그쳤다. 공정무역이 운동으로까지 확산되려면 인지도를 넓히는 일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사실 공정무역을 진행하고 있는 단체들에선 소비자의 인식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우선 제3세계 제품의 품질에 대한 선입견이 있고, 거품을 뺀 포장과 디자인에 실망하는 소비자도 있다고 한다. 기아대책의 박찬욱 간사는 “대량생산된 저가상품에 비해 가격이 높거나 외부 포장이 약간 부족하더라도 그 제품의 품질과 친환경, 나눔 등의 가치를 보고 구매하는 윤리적인 소비행위가 필요하다”며 “제도적으로도 어느 정도 사업내용이 인증된 제품에 대해 세제 혜택을 주는 것도 필요하며, 공익광고 등의 형태로 이러한 사업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인식을 확대시키는 방식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유럽에선 일부 공정무역 물품에 대해 정부가 비과세 혜택을 주고 있다.

또한 사업 단체의 경우는 제품의 품질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 없이 사업의 의미만 강조해서 윤리적인 소비를 하는 구매자에게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을 떠넘기려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사업 초기에는 착한 소비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품질과 가격 면에서도 경쟁력을 갖추려는 노력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조득진 기자 chodj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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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늘보아이 2009/01/13 15:47 # 답글

    공정무역 제품과 생산자에 대한 정보들을 보실수 잇습니다.
    http://www.b9shop.com
    공정무역에 관심있으신 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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